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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 #12.

마노mano 2018. 4. 10. 16:36


* 일이 너무 하기 싫어서 결국 음악 틀어놓고 글을 쓰는데, 문제는 그게 원고가 아니라는 점. 밀린 원고 대체 어쩔 셈이야. 주말에 마감 못 하면 사람이길 포기한다며. 


* 더 보이즈 새 앨범이 너무 좋아서 헤어나오지 못 하고 있다. 인기가요에서 처음 무대 봤을 때만해도 좀 심드렁했는데, 수록곡 'Text Me Back' 때문에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어버렸다. 트위터에도 썼지만, 저는 도저히 이런 청량 보이밴드팝을 이겨낼 재간이 없습니다.... 진짜 너무 치사하고 반칙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안 좋아할 수 없잖아 싶고. 'Giddy Up'도 일렉 기타 쟁글대는 소리 깔리는 게 정말이지 황홀해서 계속 듣고 있다. 어제는 날도 따뜻하고 기분도 좋아서 조금 돌아 집까지 걸어가면서 들었는데, 나도 모르게 길거리에서 춤출 뻔했다. 


* '내 마음 읽었다면 지금 바로 답장 줄래?' 라며 플러팅하는 소년이라니 진짜 너무 치사하고 반칙적이지 않나요. 아무래도 청량 보이밴드팝에 대한 글 하나 나올 때가 되긴 됐다. 좋아한다는 말 대신 '아낀다!'를 외치는 소년들, '에이, 너도 나 좋아하는 거 다 아는데?' 라며 천연덕스럽게 웃는 캘리포니아 소년들, 꿈 속의 드림걸을 찾아 헤매는 소년들....


* 요즘 몬스타엑스의 아이엠이 좀 좋다고 밝혔더니 지인이 귀신같이 틈새 영업을 해오는 바람에 홀랑 넘어가버렸다. 저의 인생은 '인터스텔라'와 'Blue Moon'을 듣기 전과 후로 나뉘었습니다. 고작 '아임 파인 땡큐 앤 유' 하는데 그렇게 섹시할 일인가 정말이지. 이런 인재를 지금껏 모르고 살았다니 나 정말 대단히 손해본 거 같고 그래. 아무래도 이번 앨범 사야겠다. 임창균 포카 뽑게 해주세요.


* 나는 정말이지 하다 하다 내가 외국인 멤버의 징집을 걱정해야 하는 일이 생길 줄은 꿈도 생각 못 했지. 온 케이팝 탐라가 본진 최애 불문하고 검은공으로 대동단결 하는 거 너무 웃기고 훈훈한데 슬프고 그랬다. 해프닝으로 끝났기에 망정이지. 암튼 너무너무 잘 된 일이긴 한데....


* 나 자신이 많이 부족하고 '함량미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종종 들고 있다. 망령같은 두려움에 쫓기면서도 일단 눈 앞의 일이 급급하니까 해치우기는 하는데 간혹 몹시 막막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나에게는 없는 점을 가진 사람을 보면 부러워지기도 한다.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 예를 들어, 나는 노래를 들을 때 가사나 사운드 같은 것에 집중하는 편인데, 멜로디나 화성 코드에 대해서는 도통 둔감해서. 그런 컨텍스트를 잘 읽어내는 사람의 언어를 동경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마냥 부러워만 하고 싶지는 않다. 반대로 나는 그 사람이 보지 못하는 무언가를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니까.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고 자책하기보다는, 내가 가진 것을 공고히 다지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라고 생각한다. 또 모르지, 누군가는 나의 언어나 시선을 부러워하고 있을지도. 아닐 것 같지만.


* 결국 중요한 것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이니까. 질문과 고민에 대한 답을 아직껏 내리지 못한 와중에 어쨌든 가장 확실한 단 하나의 사실이 그것이니, 길을 잃고 헤매더라도 그것을 나침반 삼아 나아가면 되지 않을까. 말하고 싶은 것이 있으니까, 그래서 이 일을 지속 하고 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 글 좋더라는 말을 발견하면 어쨌든 솔직하게 기쁘고 뿌듯하다. 그런 순간을 가급적 많이 쌓아가고 싶다. 지속해가고 싶다. 바라는 것은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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