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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 #10.

마노mano 2018. 3. 27. 09:22



* 내가 가장 최근에 올린 글을 보니, '나에게는 지금 이 생활 템포가 딱 맞는 거 같은데'라고 해놓고 다시 사회의 품으로 돌아와보니 오히려 이 쪽이 맞았던 건가 싶기도 하고. '조직생활과 쪼임과 쪼인트 까임'만 없으면 되는 일이었나 보다. 조직이라고 해도 사실상 1인 근무라 그조차도 느슨하고, 쪼임과 쪼인트 까임도 나 스스로에 의한 것이 아니면 사실상 당할 일도 없고. 역시 나에게 맞는 좋은 직장을 찾는 것이 (적에도 나에게 있어선) 해결방법이었나 보다. 


* 근무 시작한지 한 달 정도 됐는데, 나는 현재 내 생활에 상당히 만족한다. 모처럼 전공을 살린 업무에, 생활 패턴도 (안 맞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도) 잘 맞고, 외부로부터의 간섭이나 '쪼인트 까임'도 적고. 단지 사실상 서비스 직종이므로 이용자를 대하면서 오는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도리어 지금 이 '현생'이 있다는 자체가 나에게 큰 활력을 주는 원천이라는 점이 뭔가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역시 사람은 적당한 스트레스와 긴장감이 있어야 하는가보다. 아버지가 옳았습니다. 그게 적당하질 않으니 문제인 거겠지. 


* 전에 기고도 했었고, 모든 기사를 챙겨보다 못해 관련 행사까지 쫓아다니다 어쩌다보니 내가 그 필진이 되어있었다. 공교롭게도 출근 첫 날 메신저로 대화하다가 '이제 취직도 하셨으니...' 라는 뉘앙스로 제의가 왔는데 덥석 물어버렸다. 생각해보니 나 약간 사펙 같은 성덕 아닌가. 그 분도 워즈랑 트렉 덕질하다가 크루 된 거잖아. 그러니까, 기사 챙겨보는 건 물론이고 관련 행사도 다 따라다니고 필진 분들 팔로우하고 그 필진분들이랑 자주 현피도 뜨고 음 덕질 맞네. 암튼 매체 덕질하다가 그 매체의 필진이 되다니 대단한 성덕이네 나...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지속 가능한 덕질(아니야)


* 요즘 어떤 노래를 듣다가 울컥하거나, 급기야는 눈물을 흘리거나, 아예 목놓아 오열하는 일이 왕왕 발생하고 있어서 곤란하다. 오늘도 오마이걸의 '비밀정원' 들으며 출근하다가, 감은 눈꺼풀 안에서 눈물이 차올라서 그만 당황해버리질 않나. fromis_9의 '유리구두'를 뒤늦게 들었는데 노래가 진짜 너무 치사하고 반칙이잖아 하면서 또 울고. 지난 주말에는 아이돌 음악을 다 같이 듣는 음악 살롱 행사가 있었는데,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뮤비 보다가 울컥하고 아이오아이의 '소나기' 라이브 직캠 보다가 아예 오열하고. 그냥 봄 탄다고만 하기엔 이거 뭔가 싶은데, 왜지 대체. 


* 사실 지금 이거 쓰는 것도 전에 썼던 리뷰 아카이빙 하려다 업데이트가 너무 없어서 근황 보고 겸(아무도 보시는 분 안 계신 거 알지만서도) 하는 건데, '월루'라는 건 둘째치고 지금 다급한 원고가 하나 있는데 그거 미루고 딴짓으로 다른 글 쓰고 있다니 진짜 나 너무 대다난 거 같고. 


* 따로 후기를 써보고 싶기도 하고, 사실 트위터랑 페이스북에는 간단히 쓰긴 했는데 지난 금요일부터 3일간 열린 <한 줄도 쓰지 않았어요>에 기고도 하고 프로그램도 다녀왔다. 매체에 합류하긴 했지만 '나는 비평가인가? 내가 하는 것은 정말로 비평인가?'에 대한 고민과 질문이 끊이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말이 많기 때문에' 이 일을 계속 해야하고 하고 싶다는 결심이 확고히 섰다는 점은 큰 수확이었다고 생각한다. 말고도 여러가지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건 따로 쓰게 되면 거기서. 나에게 있어 여러모로 의미가 큰 행사였다. 무진장 힘들게 썼지만 무사히 글도 하나 냈고. 


* 정말 너무 잘 쓰고 싶어서 여러 날 여러 밤을 머리 싸매가며 썼던 글이었는데, 그 글을 '두고두고 읽고 싶은 글이라고 생각했다'는 분이 계셔서 좋은 의미로 말문이 막혔다. 이 일을 지속하다보면 언젠가는 '현타'도 오고 힘들고 괴로워서 놓고 싶어지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이 보람과 기쁨을 잊지는 말자고 생각했다. 그 순간 떠오르는 것이 바로 이 감정이었으면, 그래서 결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펜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면 좋겠다고. 리리오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의 '이유'를 만들어주셨어요.


* 원고가 하기 싫어서 다른 글로 돌려막기를 하며 회피 중이라니 나 정말 괜찮은가. 원고도 원고지만 일 좀 해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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