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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 #9.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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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 #9.

마노mano 2017. 10. 31. 02:00


* 무슨 하고 싶은 말이 그렇게 많았는지, 쓰려다가 못 쓴 이야기가 갑자기 생각나서.


* 그러니까, 이 주 정도 전이었나. 피부가 걷잡을 수 없이 뒤집어지고, 여드름꽃이 자고 일어나면 다섯 개쯤 피어있고, 뭘 발라도 따갑고 속땅김 심하고 건조하고 좌우지간 뭘 해도 예민해서 손도 못 대겠고, 화장하는 게 두려워서 외출을 삼가야할 지경이 되었었다. 도대체 뭐가 원인인가, 환절기인가 생리인가 했다가 우연히 모 유튜브 채널에서 추천하는 '성분이 착한' 수분크림과 기초화장품 세트로 싹 갈아치웠는데 역시 성분이 문제였나보다. 유의 성분이나 알러지 성분 없고 딱 필수적으로 필요한 성분만 들어있는 것이라고 해서 과감하게 화장대를 일신했는데, 세수할 때 만져지는 촉감이랑 화장 먹는 느낌이 확 달라서 매일이 뿌듯하다. 주변에 여기저기 영업하고 다닐까봐, 채널도 화장품도. 


* 그래서 영업하자면, 기초는 싸이닉의 더 심플 카밍 토너-로션-크림 세트, 나이트 케어는 리얼 배리어 익스트림 크림. 그냥, 일단 써보세요. 일주일도 안 돼서 내 피부 실화?를 외치게 됩니다. 내가 정말 웬만해서는 화장품 영업 안 하는데. 근데 싸이닉은 아무리 샅샅이 뒤져도 오프라인 매장에 없더라, 결국 온라인 구매. 


* 안 쓰던 사이에 티스토리 뭐가 이렇게 바뀌었어. 초대장 확인해보려다 못 찾고 다른 메뉴 실컷 눌러보다가, 트위터로 자동 출판된 거 확인하고 식겁해서 트윗 지웠다. 예전 글 읽다가 맞춤법 몇 개 고쳤다고 그것까지 다 출판될 건 없잖아요.


* <블레이드 러너>를 처음 본 게, 그러니까, 내가 열 여섯 때였나. 무진장 까마득하다. 아버지가 한창 당신께서 나만할 즈음 즐겨 보시던 명작들을 보여주시며 영업할 때였는데, 그 때 스타워즈 클래식 트릴로지도 쫙 떼고 <닥터 지바고>랑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랑 좌우지간 이것저것 무진장 많이 봤다. 그 중 하나였는데, 지금 와서 보면 아마 처음 보는 거나 마찬가지겠지만 '세상에 이런 영화가 있었다니....?'라는 충격과 마지막 장면(분명 '감독판'이었다)의 여운 만큼은 쭈욱 남아있었던 기억. 약 십 몇 여년이 지나서 보는 속편은 그래서 여러가지 의미로 짜릿했다. 크레딧 올라가는데 기분 좋은 소름이 돋더라. 아, 옆자리에 아버지도 계셨으면 좋았을 텐데.


* <블레이드 러너 2049> 2차 관람을 지인이랑 함께 대한극장에서 했는데, 이제 CGV 그만 까기로 했다. 일단은 상영관이 작고, 좌석도 좁고, 답답하고, 게다가 덥고, 같은 영화를 보면서 CGV에선 분명 아무렇지 않았는데 대한극장에서 보고 나오니까 걷는 게 걷는 게 아니더라. 허리도 아프고 아니 앉아 있었는데 발은 대체 왜 아프담. 러닝타임이 좀 심하게 길어서 더 그랬던 거 같은데 아마 통상적인 러닝타임의 영화라면 그 정도로 힘들진 않으려나. 


* 이게 여의도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CGV에 드디어 1인용 콤보가 생겼더라. 근데 용산에는 없었던 거 보니 여의도만 그런 건지, 아니면 일부 매장에만 있는 건지.


* 패기롭게 캘리그라피 자격증 시험 신청한 것까진 좋았는데, 시험이 4주도 안 남은 상황에서 오늘까지 무려 8일 동안 글씨 한 글자도 안 쓴 거 실화인가. 연습하려고 화선지랑 먹물이랑 동양화구랑 다 사놓기만 하면 대체 뭐해, 안 하잖아 연습을. 내일부터는 진짜 한 시간씩 매일 연습을.... 할 수 있을까....? 스스로의 의지마저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니 이 망할 기력....


* 나에게는 지금 이 생활 템포가 딱 맞는 거 같은데, 문제는 특히나 한국 사회에서는 용납되기 힘든 느릿한 템포라서. 이제 다시 조직생활과 쪼임과 쪼인트 까임과 셀프 압박의 나날로 돌아갈 채비를 하려니 아직 몇 달이나 남았는데도 눈 앞이 좀 깜깜하고 그렇다. 어쩌겠어, 마지막 날까지 알차게 즐겨야지. 


* 날짜상으로 내일 황 번역가와 함께하는 <원스> GV 보기로 해서 오늘 운좋게 좌석도 더 좋은 곳으로 구했는데, 오늘 원래 보려던 <원스>를 어제 와버려서 오늘은 뭐 볼지. <아이캔스피크> 보려니 회차가 너무 없고, <블레이드 러너 2049> 아니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중 하나가 될 거 같은데. <싱 스트리트>를 여태 못 봐서 그것도 보고 싶고. 진작 좀 부지런히 보러 다녔어야 하는데 기력 빠졌다고 몇 주를 쉬었더니 이렇다. 아무리 생각해도 <블레이드 러너 2049> 아이맥스를 놓친 건 평생 두고두고 후회할 듯. 리들리 스콧 특별전이라던가, 암튼 재개봉 해줘 좀.


* 내려가기 전에 <토르: 라그나로크> 아이맥스를 좀 봐둬야 할 텐데, 이 놈의 용아맥은 무슨 영화를 티켓팅 씩이나 해야하냐고 대체. 집에서 지척인데 내 좌석이 없어서 영화를 못 보는 일이 생길 줄이야. <덩케르크>도 진짜 힘들게 심야로 봤는데.  


* <저스티스 리그>를 몇 달 째 손꼽아 기다리다가 홍보 막바지가 되어 여기저기 걸리는 포스터며 홍보물에 흐뭇해하면서도, <원더우먼>이 그렇게 좋았으니 이번에도 제발 좀 좋았으면 좋겠다는 걱정을 하게 되는 건 지나친 기우인가. 잭 스나이더 이번에는 믿어도 되는 걸까. 


* 배리 앨런이 너무 귀여워서 죽을 거 같다. 듣자하니 에즈라 밀러 이번에 일본 프리미어 참석한다며, 한국도 좀 와주라. 죽기 전에 에지 실물은 보고 죽게 해줘.


* 이맘 때쯤 사람이 그리운 거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병이다. 졸리다, 괜한 생각 말고 얼른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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