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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o, the bewitched
K의 소식을 뒤늦게 듣게 되었다. 그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소식. 공교롭게도 그 다음날이 그의 1주기라는 것과,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는 사실까지. 충격을 받지는 않았으나, 놀라지 않았다고 하면 그 역시 거짓말. 놀라울 정도로 담담하긴 했으나, 그것이 아무렇지 않다는 뜻인 것은 결코 아니기에. 한 젊은 락커의 때이른 죽음. 나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일이었다. 그가 나와 동갑이어서, 한때 일상의 많은 부분을 함께 보낸 이여서, 전심전력으로 응원했던 존재여서. 물론 그러한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것은, 마치 이것이 나에게 있어서는 '청춘의 종언'처럼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웃을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그러했다. 애초에 '청춘'의 정의부터가 애매하긴 하다. 어느 시기, 몇 살부터 몇 살..
무어라 운을 떼야할지 모르겠어서, 깜박이는 커서를 꽤나 오래도록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어. 잘 지내? 라는 말이 먼저여야 마땅하겠지만, 너는 이제 세상에 없으니 그 말도 부질 없는 것일 뿐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묻지 않을 수 없겠지. 잘 지내? 너무 오랜만에 안부를 묻게 되네. 소식은 가끔 듣고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만난 게 대체 언제였는지. 공연을 하고, 끝나면 다 같이 밤이 새도록 술을 마시고, 그런 것이 일상이었던 나날이 있었는데. 지겹고 지겹도록 얼굴을 마주했었는데. 어느샌가, 그럴 생각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멀어지게 되었고(각자의 생활이 바빴던 탓도 있고, 솔직히 말해 내가 먼저 멀리하려고 했던 것도 있었어. 우습지만, 초라한 모습은 보이기 싫었거든), 그러는 동안 정식으로 앨범이 나왔다는 소..
날짜상 하루가 지나버렸지만 기억이 더 휘발되기 전에 써보는 GV 후기. 2017년 11월 1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점 11관. * 2차이기도 했는데, 확실히 1차 때보다는 미묘한 감정선이라던가 더블린의 풍광 같은 것이 훨씬 더 잘 보인다는 장점은 있었다. 'Lies'가 흐를 때 플래시백처럼 지나가는 남주의 과거 영상은 여전히 멀미가 났지만. 그나마 거의 맨 뒷줄이어서 덜.... 했나....? * 황석희 번역가님의 이런저런 썰이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소소하게는 존 카니의 영화들이 한국에서 유독 흥했다며 '주연 배우들이랑 같이 한국 와서 절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거나(의 수익이 북미에서 940만 달러, 한국에서 150만 달러, 영국이 130만 달러로 한국이 2위인데, 은 북미 1600만 달러, 한국 250..
를 n차 찍다 보니, 자꾸 생각이 나서 쓰는 별도의 포스트. 아버지가 안 계신지 사실 좀 됐다. 음, 그러니까 그게 2007년이었나. 사실 아주 가까운 지인 아니면 밝히지 않으려 조심해왔는데, 내 인생의 흠도 아니고 딱히 숨겨야할 이유를 이젠 모르겠어서. 암튼 2007년 이맘때 즈음 정말 갑자기 떠나셨고, 잘은 모르지만 아마 과로 탓이었겠거니 하고 있다. 아버지는 엔지니어셨다. 속된 말로는 '공돌이(본인 스스로 자조를 겸해서 자주 이렇게 말씀하곤 하셨다)'셨다. 그리고 아마 공대 입학과, S전자 입사와, 반도체학과 교수 임용의 배경에는 트렉이 있었으리라 나는 그저 짐작한다. 이젠 곁에 계시지 않으니 직접 확인할 길은 영영 없다. 그저 나의 지레짐작일 뿐. 트렉을 보며 자란 많은 이들이 엔지니어를 꿈꾸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