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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o, the bewitched
* 지금이 10월인데 마지막 업데이트가 어언 두 달 전이었다니 심각하다. 퍼스트리슨 묶음 발행도 몇 달치나 밀렸고. 대책이 없다 증말. * 마감은 언제나 그렇듯이 밀려있고, 이번에도 환절기라고 그냥 넘어가지 않고 어김없이 감기를 얻는 바람에 그 핑계로 약 먹고 드러누웠더니 할 일이 사정없이 덮쳐와서 후회가 막심한 상태. 마감도 마감인데, 정신 차리고 보니 꾸준히 했어야 할 자잘한 일들이 마구 밀려있고 갑자기 다른 일거리가 끼어들고 하는 식. 내일이 공휴일인 게 다행이지. * 드디어! 실직 상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세 번만 출근하면 되는 일이고, 첫 날은 뇌가 저릴 정도로 정신 없고 힘들었는데 익숙해지니 꽤 할만 하다. 심지어 출퇴근 시간도 유동적. 업무 내용상 영어 공부도 된다(애..
* 歩けよ乙女夜は短し。걸어 아가씨야 밤은 짧아. 원작을 본 적은 없지만, 이유 없이 이 문장을 좋아한다. 밤은 짧아, 그러니 걸어. 걷는 행위, 그중에서도 밤에 걷는 것을 사랑하게 된 나를 기분 좋게 재촉하는 한 줄. * #오늘의_밤산책송이라는 해시태그까지 만들어서 그날 그날 밤산책의 길벗으로 삼은 곡을 짬짬이 소개하고 있다. 소개한 곡보다 실제로 들은 곡이 더 많긴 하지만, 최대한 실시간으로 그때 그때 짤막한 소개글을 덧붙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8월 10일 현재까지 소개한 곡은 약 70곡 정도. 선곡 기준은 당시의 기분+걷는 템포에 적절히 맞는 BPM이라는 다분히 주관적인 기준. 누가 보긴 하나? 싶은 마음에 중단할까 하다가도, 잘 보고 있다는 피드백이 종종 오곤 해서 어떻게 지금까지 지속해오고..
* 이것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오사카 상공을 날고 있다. 10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완전한 귀국. 솔직히 가고 싶지 않다. 하루만 더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 그러나 그랬다간 얼마 있지도 않은 가산이 거덜날 지경이니, 얌전히 돌아가서 다시 일상을 충실히 보내야지. * 간사하게도 사람 마음이 참 그렇다. 막상 떠나기 직전까진 준비며 이것저것 귀찮아서, 가지 말까?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결국 마지막은 이렇게 가기 싫다고 곡소리를 하고 있는 걸 보면. 그렇다곤 해도 이번 여행은 정말 특별히 재미있었다. 거의 스무 번 가까이 여행한 나라고, 열 번 넘게 놀러간 도시고, 한 번은 살아보기까지 한 곳인데도, 이상하게 갈 때마다 새롭고 신선하고 즐겁고.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 여행은 특히 매일이 즐겁고 행..
* 도쿄에서의 7일 간의 일정이 어느덧 끝나간다. 라고는 해도 아직 오사카에서의 3일 간의 일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아직 더 보고 싶은 것이 남아있는데 떠난다니 서운한 마음 반, 빨리 일정을 마치고 그리운 내 방에서 푹 쉬고 싶은 마음 반. * 첫 3일은 이번 일본 방문의 주목적이었던 친구의 결혼식 덕에(비행기값은 이미 냈으니 대신 호텔비라도 보태게 해달라면서) 좋은 호텔에서 묵었고, 나머지 4일 간은 에어비앤비에서 찾은 게스트하우스에서 보내기로 하여 오늘이 마지막 밤. 다양한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젊은 매니저들은 친절하게 많은 것을 도와주었고, 리빙룸에서 투숙객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도 제법 안온해서 벌써 정들었나 싶기도. 한 명은 기타로 근사한 곡조를 즉석에서 만들어 연주하고 있고(알고보니 프로 ..
* 나는 오늘 퇴사한다.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고, 계약이 만료되었기 때문에 전임자에게 다시 바통을 넘기고 떠나는 것. 얼마 안 남았다고 며칠 전부터 손 꼽아 기다렸기 때문에 신나고 좋기도 하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왠지 시원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 버릴 것은 버리고 챙길 것은 챙기고, 쓰레기통도 비우고 뒷정리도 하고 남은 업무를 해결하며 짐을 꾸리고 있으려니, 기분이 참 이상하다. 퇴사가 처음도 아니고 상당히 많은 직장을 전전해오며 이젠 익숙해졌겠거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 물론 책도 좋아하지만, 사실은 '책이 있는 공간'을 열렬하게 사랑하는 쪽에 가깝다. 책을 좋아하는 마음과 책이 있는 공간을 동경하는 마음으로 전공을 공부했고,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기간을 꽤 길게 겪었다가 드..
결혼 말고 다른 선택을 한 서른 이후 여자 이야기가 나는 늘 궁금하다. 특별할 게 없다는 것 안다. 특별하지 않으니까 더 많이 들렸으면 좋겠다. 결혼 아닌 다른 것을 선택한 평범한 여자의 평범한 이야기를 더 많이 원한다.— maimie (@eimiame) 2018년 5월 5일 * 그러고보니 그랬다. 나 스스로가 30대의 비혼 여성이면서, 결혼 이외의 삶을 선택한 '평범한' 여성의 삶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저 트윗을 보고서야 비로소 들었다. 일단 내 주변의 30대들은 대부분이 결혼을 했거나 적어도 연애 중이므로. 망설이다가,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답니다'라는 의미로 짧은 트윗을 남겼다. 삶에 있어서 너무 늦은 것은 없답니다, 서른이 넘어서야 적성과 천직을 찾은 저 같은 사람도 있는 걸요. * ..
* 수요일을 좋아한다, 고 하면 그건 상당히 어폐가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요일을 격하게 좋아하거나, 반기지는 않는다. 그 다음날이 목요일이고, 그러고나면 기다리던 금요일이라는 점에서는 반갑지만, 그렇다고 굳이 선호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정기적으로 출퇴근 생활을 하는 이가 평일을 좋아하기란 쉽지 않다. 좋아하지 않을 이유도 없지만, 아무튼. * 나는 수요일에 태어났다. 초여름이었고, 월드컵 경기가 있던 날이었으며, 내가 세상에 나올 즈음 한국이 골을 넣었다고 한다. TMI지만 상대팀은 이탈리아였고, 허정무 전 국가대표가 골을 넣었으며, 조광래 선수가 자책골을 넣는 바람에 3-2로 패배했다고 위키피디아가 알려줬다. 정작 그렇게 태어난 나는 축구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내가 광적..
* 일이 너무 하기 싫어서 결국 음악 틀어놓고 글을 쓰는데, 문제는 그게 원고가 아니라는 점. 밀린 원고 대체 어쩔 셈이야. 주말에 마감 못 하면 사람이길 포기한다며. * 더 보이즈 새 앨범이 너무 좋아서 헤어나오지 못 하고 있다. 인기가요에서 처음 무대 봤을 때만해도 좀 심드렁했는데, 수록곡 'Text Me Back' 때문에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어버렸다. 트위터에도 썼지만, 저는 도저히 이런 청량 보이밴드팝을 이겨낼 재간이 없습니다.... 진짜 너무 치사하고 반칙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안 좋아할 수 없잖아 싶고. 'Giddy Up'도 일렉 기타 쟁글대는 소리 깔리는 게 정말이지 황홀해서 계속 듣고 있다. 어제는 날도 따뜻하고 기분도 좋아서 조금 돌아 집까지 걸어가면서 들었는데, 나도 모르게 길거리에서..
* 밤벚꽃이 근사하더라고요, 라고 상대를 상정하듯 써놓고는, 그러고보니 누구를 향해서 쓰고 있었더라? 하는 생각이 잠시. 불특정다수를 향하는 타임라인의 특성으로 퉁치고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글쎄. * 근사하다, 는 말을 유독 잘 쓰던 사람이 있었다. 늦은 밤 학교 건물을 구경시켜주고 있었는데, '근사하다'며 반쯤은 감탄사처럼 내뱉던 모습이 갑자기 생각이 나네. 꽤 예전 일이고, 떠올리고 나서야, 그러고보니, 라고 내뱉고 마는 정도의 기억이긴 하다만, 생각해보면 '근사하다'는 말을 요즘 꽤 자주 쓰고 있지 않나 싶은 것이다. 가장 최근에 쓴 건 아마 '이 근사한 보사노바 팝을'이라는 문장이었지. * 뭐하고 사나 궁금해질 때가 있긴 한데, 생각해보면 그 시기가 하필 죄 가을이나 봄 같은 환절기. 사람이 ..
* 내가 가장 최근에 올린 글을 보니, '나에게는 지금 이 생활 템포가 딱 맞는 거 같은데'라고 해놓고 다시 사회의 품으로 돌아와보니 오히려 이 쪽이 맞았던 건가 싶기도 하고. '조직생활과 쪼임과 쪼인트 까임'만 없으면 되는 일이었나 보다. 조직이라고 해도 사실상 1인 근무라 그조차도 느슨하고, 쪼임과 쪼인트 까임도 나 스스로에 의한 것이 아니면 사실상 당할 일도 없고. 역시 나에게 맞는 좋은 직장을 찾는 것이 (적에도 나에게 있어선) 해결방법이었나 보다. * 근무 시작한지 한 달 정도 됐는데, 나는 현재 내 생활에 상당히 만족한다. 모처럼 전공을 살린 업무에, 생활 패턴도 (안 맞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도) 잘 맞고, 외부로부터의 간섭이나 '쪼인트 까임'도 적고. 단지 사실상 서비스 직종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