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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o, the bewitched
K의 소식을 뒤늦게 듣게 되었다. 그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소식. 공교롭게도 그 다음날이 그의 1주기라는 것과,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는 사실까지. 충격을 받지는 않았으나, 놀라지 않았다고 하면 그 역시 거짓말. 놀라울 정도로 담담하긴 했으나, 그것이 아무렇지 않다는 뜻인 것은 결코 아니기에. 한 젊은 락커의 때이른 죽음. 나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일이었다. 그가 나와 동갑이어서, 한때 일상의 많은 부분을 함께 보낸 이여서, 전심전력으로 응원했던 존재여서. 물론 그러한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것은, 마치 이것이 나에게 있어서는 '청춘의 종언'처럼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웃을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그러했다. 애초에 '청춘'의 정의부터가 애매하긴 하다. 어느 시기, 몇 살부터 몇 살..
무어라 운을 떼야할지 모르겠어서, 깜박이는 커서를 꽤나 오래도록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어. 잘 지내? 라는 말이 먼저여야 마땅하겠지만, 너는 이제 세상에 없으니 그 말도 부질 없는 것일 뿐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묻지 않을 수 없겠지. 잘 지내? 너무 오랜만에 안부를 묻게 되네. 소식은 가끔 듣고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만난 게 대체 언제였는지. 공연을 하고, 끝나면 다 같이 밤이 새도록 술을 마시고, 그런 것이 일상이었던 나날이 있었는데. 지겹고 지겹도록 얼굴을 마주했었는데. 어느샌가, 그럴 생각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멀어지게 되었고(각자의 생활이 바빴던 탓도 있고, 솔직히 말해 내가 먼저 멀리하려고 했던 것도 있었어. 우습지만, 초라한 모습은 보이기 싫었거든), 그러는 동안 정식으로 앨범이 나왔다는 소..
* 이것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오사카 상공을 날고 있다. 10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완전한 귀국. 솔직히 가고 싶지 않다. 하루만 더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 그러나 그랬다간 얼마 있지도 않은 가산이 거덜날 지경이니, 얌전히 돌아가서 다시 일상을 충실히 보내야지. * 간사하게도 사람 마음이 참 그렇다. 막상 떠나기 직전까진 준비며 이것저것 귀찮아서, 가지 말까?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결국 마지막은 이렇게 가기 싫다고 곡소리를 하고 있는 걸 보면. 그렇다곤 해도 이번 여행은 정말 특별히 재미있었다. 거의 스무 번 가까이 여행한 나라고, 열 번 넘게 놀러간 도시고, 한 번은 살아보기까지 한 곳인데도, 이상하게 갈 때마다 새롭고 신선하고 즐겁고.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 여행은 특히 매일이 즐겁고 행..
* 도쿄에서의 7일 간의 일정이 어느덧 끝나간다. 라고는 해도 아직 오사카에서의 3일 간의 일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아직 더 보고 싶은 것이 남아있는데 떠난다니 서운한 마음 반, 빨리 일정을 마치고 그리운 내 방에서 푹 쉬고 싶은 마음 반. * 첫 3일은 이번 일본 방문의 주목적이었던 친구의 결혼식 덕에(비행기값은 이미 냈으니 대신 호텔비라도 보태게 해달라면서) 좋은 호텔에서 묵었고, 나머지 4일 간은 에어비앤비에서 찾은 게스트하우스에서 보내기로 하여 오늘이 마지막 밤. 다양한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젊은 매니저들은 친절하게 많은 것을 도와주었고, 리빙룸에서 투숙객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도 제법 안온해서 벌써 정들었나 싶기도. 한 명은 기타로 근사한 곡조를 즉석에서 만들어 연주하고 있고(알고보니 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