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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o, the bewitched
* 수요일을 좋아한다, 고 하면 그건 상당히 어폐가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요일을 격하게 좋아하거나, 반기지는 않는다. 그 다음날이 목요일이고, 그러고나면 기다리던 금요일이라는 점에서는 반갑지만, 그렇다고 굳이 선호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정기적으로 출퇴근 생활을 하는 이가 평일을 좋아하기란 쉽지 않다. 좋아하지 않을 이유도 없지만, 아무튼. * 나는 수요일에 태어났다. 초여름이었고, 월드컵 경기가 있던 날이었으며, 내가 세상에 나올 즈음 한국이 골을 넣었다고 한다. TMI지만 상대팀은 이탈리아였고, 허정무 전 국가대표가 골을 넣었으며, 조광래 선수가 자책골을 넣는 바람에 3-2로 패배했다고 위키피디아가 알려줬다. 정작 그렇게 태어난 나는 축구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내가 광적..
* 일이 너무 하기 싫어서 결국 음악 틀어놓고 글을 쓰는데, 문제는 그게 원고가 아니라는 점. 밀린 원고 대체 어쩔 셈이야. 주말에 마감 못 하면 사람이길 포기한다며. * 더 보이즈 새 앨범이 너무 좋아서 헤어나오지 못 하고 있다. 인기가요에서 처음 무대 봤을 때만해도 좀 심드렁했는데, 수록곡 'Text Me Back' 때문에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어버렸다. 트위터에도 썼지만, 저는 도저히 이런 청량 보이밴드팝을 이겨낼 재간이 없습니다.... 진짜 너무 치사하고 반칙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안 좋아할 수 없잖아 싶고. 'Giddy Up'도 일렉 기타 쟁글대는 소리 깔리는 게 정말이지 황홀해서 계속 듣고 있다. 어제는 날도 따뜻하고 기분도 좋아서 조금 돌아 집까지 걸어가면서 들었는데, 나도 모르게 길거리에서..
* 밤벚꽃이 근사하더라고요, 라고 상대를 상정하듯 써놓고는, 그러고보니 누구를 향해서 쓰고 있었더라? 하는 생각이 잠시. 불특정다수를 향하는 타임라인의 특성으로 퉁치고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글쎄. * 근사하다, 는 말을 유독 잘 쓰던 사람이 있었다. 늦은 밤 학교 건물을 구경시켜주고 있었는데, '근사하다'며 반쯤은 감탄사처럼 내뱉던 모습이 갑자기 생각이 나네. 꽤 예전 일이고, 떠올리고 나서야, 그러고보니, 라고 내뱉고 마는 정도의 기억이긴 하다만, 생각해보면 '근사하다'는 말을 요즘 꽤 자주 쓰고 있지 않나 싶은 것이다. 가장 최근에 쓴 건 아마 '이 근사한 보사노바 팝을'이라는 문장이었지. * 뭐하고 사나 궁금해질 때가 있긴 한데, 생각해보면 그 시기가 하필 죄 가을이나 봄 같은 환절기. 사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