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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 171101 <원스> GV with 황석희 번역가 후기 (1)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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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 171101 <원스> GV with 황석희 번역가 후기 (1)

마노mano 2017. 11. 2. 03:31


날짜상 하루가 지나버렸지만 기억이 더 휘발되기 전에 써보는 <원스> GV 후기. 2017년 11월 1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점 11관.


* <원스> 2차이기도 했는데, 확실히 1차 때보다는 미묘한 감정선이라던가 더블린의 풍광 같은 것이 훨씬 더 잘 보인다는 장점은 있었다. 'Lies'가 흐를 때 플래시백처럼 지나가는 남주의 과거 영상은 여전히 멀미가 났지만. 그나마 거의 맨 뒷줄이어서 덜.... 했나....?


* 황석희 번역가님의 이런저런 썰이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소소하게는 존 카니의 영화들이 한국에서 유독 흥했다며 '주연 배우들이랑 같이 한국 와서 절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거나(<원스>의 수익이 북미에서 940만 달러, 한국에서 150만 달러, 영국이 130만 달러로 한국이 2위인데, <비긴 어게인>은 북미 1600만 달러, 한국 2500만 달러라고.... 존 카니 감독 내한 왜 안 해....?), 덩달아서 배급까지 겸한 수입사의 수익이 180-190억 정도일 텐데(물론 추산치일 뿐 정확한 환산액은 아무도 모른다는 게 함정) 바로 그 회사에서 <라라랜드>가 터졌다거나(!), 그래서 '되는 놈은 된다'며 다 같이 쓴웃음 섞어 웃음을 터뜨리는 모먼트도 있었고. 


* 대부분은 영화 프로덕션에 관한 트리비아적 썰들과 영화 번역 및 자막에 관련된 썰이었는데, 사실은 남주인공 역이 킬리안 머피(!)였다가 글렌 한사드로 교체되면서(마르게타가 당시 18세라 나이차가 큰데다 아마추어라 맞추기도 힘들고, OST의 음역대도 안 맞아서 결국은 고사했다고 한다) 투자가 많이 빠지는 바람에 '짠내나는' 프로덕션이 될 수 밖에 없었다고(영문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촬영기간이 불과 17일, 번역가님의 썰에 의하면 스크립트가 60페이지 정도란다. 보통 대본이 적어야 120페이지인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짧은 거라고). 그래서 중간에 건배를 하며 노래하시는 분이 사실은 글렌 한사드의 어머니라던가, 파티 장면의 촬영 장소가 한사드의 집이었고 그 음식들은 전부 여주인공 역 마르게타가 한 것이라던가, 하는 '투 머치 인포메이션' 대잔치. 뭐, 여느 독립영화들이 다 그렇기도 하고 크레딧을 보니 대충 지인들이나 배우들 집에서 촬영하고 지인들 동원해서 찍은 거겠거니 하긴 했는데 친지들에 교제 중인 애인까지 동원한 것은 조금 의외여서 여기저기서 많이도 뿜었다. 녹음한 거 다시 들어보니 내 웃음소리 진짜 민망하네.


* 그리하여 이미 다들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는 TMI들을 대략 정리해보자면,


- 존 카니는 원래 글렌 한사드가 보컬과 기타를 맡았던 'The Frames'라는 밴드의 베이시스트였다.

- 사실은 밴드 공연할 때 DVD를 만들어서 판매할 목적으로 찍었던 영화였다.

- 가장 비싼 씬은 영화 마지막 장면으로, 여주인공의 집을 위에서 촬영할 때 빌렸던 크레인 대여비가 가장 큰 지출이었다고.... (약 300만원 정도가 소요되었다고 한다.)

- 남주인공의 전 여자친구 역을 맡은 배우는 당시 존 카니 감독의 실제 여자친구로, 지금도 계속 배우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 글렌 한사드의 구멍 뚫린 어쿠스틱 기타는 일본 타카미네 사의 NK-15 모델로(정말 궁극의 TMI....) 한사드가 첫 영화였던 <The Commitment>의 출연비로 샀던 것을 그야말로 몇 십년째, 심지어 지금까지도(!) 계속 쓰고 있는 것이라고. 더불어 본인도 악기를 연주할 줄 아는 입장에서 악기란 '편한 운동화' 같은 것이라며, 와중에 왜 앰프를 꽂았는데 구멍이 뚫려 있는데도 삐- 하는 하울링이 안 나는 거냐며 무진장 신기해 하심. 좌우지간 튼튼하기로는 정말 유명한 브랜드란다. (번역가님 본인의 TMI로 아내분께서 결혼 전 연애시절 사준 통기타가 있고 그걸로 청혼도 했는데, 흠집이라도 나면 그렇게 가슴이 찢어진다고....)

- 밥 딜런도 <원스>의 팬이어서, 한사드와 마르게타에게 월드투어 오프닝을 시킨 적도 있다.

- 남주인공이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부른 'A Hoover Fixer Sucker Guy'는 사실 대본에는 없었던, 글렌 한사드가 즉흥적으로 부른 노래다.


* 이 영화의 재번역을 맡게 되기 전부터 해당작을 수없이 봐왔는데(아내분도 이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셔서 지금까지 담당한 여타 번역보다도 이 영화의 재번역을 맡게 되었다고 했을 때 눈에 띄게 기뻐했다고 한다), 연출이나 연기나 카메라 워크 등등을 비판한다고 하면 '밑도 끝도 없이 까야할' 거라고 하면서도 애정을 갖고 보기 시작하면 둘의 '발연기'마저 그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고 하시는데 겨우 두 번 본 나도 폭풍 공감. 와중에 프로 배우가 아닌지라 감정을 못 숨겨서 '아, 쟤들이 저기서 정분이 났구나' 하는 게 그대로 드러난다며 예를 든 것이 남주인공의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남자가 기타를 치며 실연 이야기를 들려줄 때. 맞아, 마르게타의 눈빛이 유독 반짝반짝 하더라. 이 쯤 되면 뭐가 현실이고 뭐가 픽션인지. 


* 사실은 자막을 막바지에 더 다듬었는데 아쉽게도 반영이 안 되었다고. 다듬은 부분은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흐르는 'Once'의 가사 번역과, 'Lies'의 가사 마지막줄. 하면서 뭔가 업계 사정을 길게 설명하는데 요는 '걔들은 퇴근 시간 5분이 남았다며 다음 릴을 안 주고 그냥 가버리더라. 정말로 부럽지 않냐'는 내용(네, 몹시 부럽습니다....). 해서 아쉽게도 반영이 안 된 'Once'의 가사 내용이 사실은 영화의 제목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소개하기를,



Part of me has died

죽어버린 마음 한 쪽


And won't return

이젠 돌아오지 않아


And part of me wants to hide

숨고 싶은 마음 한 쪽


The part that's burned

까맣게 타버렸어


Once, once

한 때는, 한 때는


Knew how to look for you

널 찾는 법을 알았지


Once, once

한 때는, 한 때는


But not anymore

하지만 이젠 아냐


Once가 사전적 의미로는 '한 번'이라는 뜻도 있고, '한 때, 그 때'라는 뜻도 있어서 받아들이는 사람 나름이지만 감독의 의도는 후자가 가깝다고. 어감상으로는 '왕년'이라는 뉘앙스에 가까운데, 주변의 재능있던 뮤지션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결국은 꿈을 접고 '그 땐 그랬지'라며 그 시절을 입버릇처럼 추억하는 것에서 착안한 제목이라고 한다.


* 재번역의 중요성에 대해 설파한 부분이 있는데, 이건 내용이 길기도 하고 지금 내가 졸려서() 나중에 별도로. <원스>의 예전 자막과 가장 달라진 점이 존하대 부분이라고 하면서, 하는 김에 요즘 영화 자막들에 등장하는 남녀간의 존하대 이슈에 관해서도 길게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 분 왈 '여자는 존대를 쓰는데 남자가 하대를 하는 자막은 생각 외로 많지 않고 그렇지 않은 자막이 훨씬 많다, 내가 장담하는 팩트다'라는데 왜 저는 자꾸 특정 번역가의 이름이 떠오르는 것일까요 대체 왜일까요.... 


* 여담으로 아내분도 번역가신데, 분명 멀쩡하게 상호하대로 번역을 해놨더니 감수본에서는 여자쪽이 존대를 쓰는 것으로 멋대로 바뀌어져서 온 사례도 있었다고. 우기고 우겨서 상호하대로 바꾸긴 했지만.... 업계의 횡포가 아직껏 상당한가보다. 다들 왜 그래 대체.


* 졸리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이러다 안 올라와도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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