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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 #8.

마노mano 2017. 10. 30. 23:39


* 도대체, 가장 최근 포스트가 딱 작년 오늘이라니. 정말이지 도대체다. 


* 정확히 일 년이 지나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가 생각해보니, 무슨 일이 없었던 건 아닌데 그렇다고 신변에 큰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니라서 근황이라기에도 뭔가 좀 민망. 작년에 '휴학생' 타이틀을 단 반백수 상태였다면 올해는 그마저도 없는 완벽한 백수 상태라는 게 유일한 변화이려나. 그조차도 몇 달 있으면 사라질 타이틀이긴 하지만. 


* 오늘 존 카니 특별전에서 <비긴 어게인>을 보고, 내 안의 감성감성열매가 터지기라도 했는지 'Lost Stars' 들으면서 용산 아이파크몰을 배회하다가 못 참고 10분 후에 시작하는 <원스>를 예매해서 연속 관람 해버렸다(같은 관이어서 시간대가 겹치지 않아 가능했다. 사실은 <아이캔스피크>를 엄청 무리해서 볼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요즘 들어 땡기는 노래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어째 가을을 온 몸으로 타고 있음을 전력으로 증명하는 것들인데, 가을은 가을인가보다. 화면 속 뉴욕과 더블린을 보니 미친듯이 돌아가고 싶더라. 특히 더블린. 


* 용산에서 집이 그야말로 엎드리면 코닿을 거리라 택시비가 기본료인데, 오늘은 택시를 마다하고 신용산역에서 지하철 타고 한 정거장 앞에서 내려서 걸어가는 동안 내내 두 영화의 OST만 들었다. 근데 가을의 낭만을 느끼기엔, 계속 걷다 보니 땀이 막 흘러서. 날 추워졌다기에 미드타운 야잠을 야심차게 개시한 건 좋았는데. 


* 가을이란 원체 침잠하는 계절이고, 겨울이라는 일시적인 죽음을 향해 저물어가는 계절이기는 한데, 아무리 그래도 주변이 죄다 부고 소식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환절기에는 유독 사망률이 높아지는 징크스라도 있나. 


* 아무리 가는데 순서 없다지만 그렇게 빨리 가실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뜬금없이 자레드 레토에게 치였다. 세상에, 그 얼굴로 71년생 방년 만 45세였다니 오늘 들은 소식들 중 두 번째로 충격적.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 볼 때는 많아야 서른 중반이겠거니 했는데. 게다가 진짜 오늘와서 알게 된 것이 어이가 없을 정도긴 한데, 그 30 Seconds To Mars의 프론트맨이란다. 내가 인큐버스의 브랜든 보이드 같은 과의 프론트맨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정말이지 요즘 말로 에잇톤 트럭에 대차게 치여버렸다...... 이제 그의 괴랄한 구찌 패션까지 사랑할 거 같아......


* 다신 아이돌 덕질은 하지 않으리라 결심해놓고, 원픽 모 군이 소속되어 있는 모 그룹에 자꾸만 눈이 가고 있다. 심지어 최애도 최애지만 요즘 눈이 가는 타겟은 해당 그룹의 막내다. 정신 차려 띠동갑이야 아무리 오빠는 나이가 아니라 신분이라고 하지만.... 아니 제발 이 이상 치이지 마 그만 제발......


* 요즘 들어 왠지 자꾸 에픽하이가 땡겨서 며칠 동안 최근 나온 신보와 전작 <신발장>, 그리고 생각나면 꺼내듣는 'One'을 주구장창 듣고 있다. 무슨 이별을 그렇게 해봤다고 '헤픈엔딩' 가사가 그렇게 공감이 될 일인지. 하도 들어서 얼마전에 코인노래방 가서 불러봤는데, 어느새 랩을 다 외워버렸더라. 근데 타블로 이 양반은 가사로 사람 가슴 후벼파는데 진짜 재주 있나봐. '빈차' 듣다가 뒤통수 얻어 맞았다. 마지막 부분 내가 쓴 줄.


* 어째 매년 할로윈은 이래저래 꼭 챙기게 되는데, 매년 입던 마녀 의상이 질려서 호그와트 교복 빌려입고 이태원과 홍대를 활보하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즐겁더라. 그리핀도르 밖에 없어서 본의 아니게 헤르미온느 코스프레 비슷하게 되어버렸는데(물론 얼굴이 엠마 왓슨이 아니니까 실패지만), 내년에는 꼭 래번클로 교복 사서 입어야지. 이유는 없다. 그냥 내가 래번클로를 좋아해서. 정작 포터모어는 나를 후플푸프에 배정했지만.


* 그냥 이유없이 생각나서 그간 예매내역을 쭉 보는데 왜 올해는 생각보다 영화를 많이 안 본 것 같지. 안물안궁 TMI지만 2016년 마지막 영화가 <로그원>이었고 2017년 첫 영화는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 확장판이라고 CGV앱이 알려줬다. 정정. 메가박스 앱을 켜보니 2017년 첫 영화가 <너의 이름은.>이었단다. 정확히 일주일 뒤에 <어쌔신 크리드> 봤다는 게 조금 개그. 신촌 메가박스 마지막 회차에 심야였는데 어이없게도 관객이 나 혼자였고, 와중에 혼자 통으로 대관했다고 신난다고 앞좌석에 발 올려놓고 트위터 하면서 영화 봤다는 게 더 개그. 근데 좀 재미있긴 했다. 영화도 생각보다 그 정도로 망작은 아니었....나....?


* 근데 생각해보니 어플로 예매 안 하고 본 영화까지 포함하면 결산이 좀 골치가 아파지는데. 예를 들어 이번에 전주국제영화제 가서 본의 아니게 3차를 찍었던 <콜럼버스>(또 TMI지만 10월 첫 날 당일치기로 내려가서 기어코 4차를 찍었다....). 그러고보니 같은 영화제에서 상영했던 패시 주연의 <우리를 침범하는 것들>은 정식 개봉을 했는데(그 패시가 나오는데 영화가 너무, 격렬하게, 심하게 안 맞아서 몹시 슬펐던 기억.), <콜럼버스>는 정식 개봉을 하긴 하려나. 역시 힘들겠지. 


* <블레이드 러너 2049>가 러닝타임이 160분이 넘어서, 다 좋은데 그게 힘들다고 툴툴거렸는데 작년에 본 영화 중에 베니가 햄릿 역 맡았다고 봤던 <햄릿> 연극 실황이 180분. 히들이 나온다고 봤던 <코리올라누스>가 166분. 그리고 막 트렉에 입덕하고 봤던 메가박스 스타트렉 올나잇이 399분(!). 물론 이 쪽은 인터미션이 중간 중간 있었으니 열외긴 하지만. 180분은 진짜 너무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여러모로 극한이어서, 지각하느라 앞부분 놓쳤는데 2차 찍겠다는 생각을 접었었던 와중에 <코리올라누스>는 2차인가 3차를 찍었다는 게 스스로 생각해도 뭔가 웃기다. 내가 히들이를 좀 좋아하는 건 사실이긴 한데.


* 가을이라 유독 더 그런 것 같은데, 그냥 무작정 사람이 고프다. 연애든 그냥 가벼운 만남이든 정작 실제로 실천에 옮길 기력도 없고 깜냥도 여력도 없는 주제에 그렇다. 이제 꺼내들 일 없을 거라 생각했던 기억들이 별안간 되살아나는 걸 보니 더 그래. 그냥, 매년 환절기에 찾아오는 감기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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